기후위기·산업수요 폭증에 기존 체계 한계 직면
워터믹스·요금 개편 등 구조개혁 필요성 제시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기후위기로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고,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물 수요까지 커지면서 기존 수도사업 체계의 한계가 커지고 있다. 국회 토론회에서는 단일 수원 중심의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재이용수·해수담수화·빗물·지하수 등을 결합한 워터믹스 전략과 요금체계 개편, 데이터 기반 물관리 전환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수도사업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공동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정부·공공기관·시민사회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형 물관리 전략을 다각도로 점검했다.
최근 한반도는 강수 패턴의 극단화가 뚜렷해지면서 ‘물의 과잉과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여름철 국지성 폭우와 겨울·봄철 가뭄이 반복되며 수자원 관리의 예측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확대되면서 대규모 산업용수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댐·광역상수도 중심 공급 체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특히 물을 ‘공공재’이자 동시에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정적인 물 공급은 에너지·식량과 함께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워터믹스 전략 도입해야”···공급원 다변화 핵심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원태 금오공과대학교 교수는 ‘수도사업 주요 현안과 대응 전략’을 통해 기존 단일 수원 중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워터믹스(Water Mix)’ 기반의 다원적 공급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터믹스는 하수 재이용수, 해수담수화, 빗물 활용, 지하수 등 다양한 수원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정 수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별·상황별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 리스크 분산 전략으로 평가된다.
특히 산업단지 인근에서 발생하는 공업용수 재이용 확대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담수화 설비 도입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다만 초기 투자비용과 에너지 사용량 증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정책적 과제로 남는다.
이어 손호성 중앙대학교 교수는 물관리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 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수도요금 체계는 원가 회수율이 낮아 시설 투자와 유지관리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며, 단계적 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지방 상수도의 경우 인구 감소와 재정 여건 악화로 인해 시설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저항으로 인해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함께, 성과 기반 운영체계 도입, 광역화·통합 운영 등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 격차·신종 오염물질 대응도 핵심 과제
종합토론에서는 물관리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로 ‘지역 간 격차’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수도권과 일부 산업벨트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가뭄 시 취약성이 크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균형 있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세플라스틱, PFAS(과불화화합물) 등 신종 오염물질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기존 정수 처리 공정으로는 제거가 어려운 물질들이 증가하면서, 고도 정수처리 기술 도입과 함께 사전 예방 중심의 수질 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토론 좌장을 맡은 맹승규 세종대학교 교수와 패널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반 물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IoT를 활용한 실시간 수요 예측, 누수 관리,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향후 정책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물관리 정책을 단순한 공공서비스 영역을 넘어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물 재이용 기술, 스마트 상수도, 수처리 설비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되며, 관련 기업 육성과 기술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기관의 기술 축적과 해외 사업 경험을 활용해, 물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됐다.
정책 전환의 분기점··· “지금이 골든타임”
김위상 의원은 “기후위기, 산업 수요 증가, 수질 문제 등 복합적인 도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물관리 체계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제는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 관리, 재이용, 기술 혁신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제시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입법과 정책 지원을 강화해, 국민 누구나 안정적으로 안전한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를 물관리 정책 전환의 ‘골든타임’으로 평가한다. 기후위기의 불확실성이 본격화되기 전에 인프라와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지 않을 경우, 향후 사회·경제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정책 제안 수준을 넘어, 물관리 체계를 국가 핵심 전략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향후 국회와 정부가 재정 투자, 제도 개편, 기술 혁신을 어떻게 결합해 실행력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