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등화장치 사용률, 매년 상승세··· 교통사고율 증가 기여
“단속·처벌 강화로 교통안전 위협 불법 개조·판매 뿌리 뽑아야”

빛 공해, 에너지 낭비 유발··· 환경·생태계에도 심각한 악영향
교통안전 위한 운전자 인식 개선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 중요

불법 등화장치를 장착한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불법 등화장치는 필요 이상의 밝기와 잘못된 위치에 설치돼 주변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라이팅불법 등화장치를 장착한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불법 등화장치는 필요 이상의 밝기와 잘못된 위치에 설치돼 주변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라이팅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등화장치는 자동차의 앞, 뒤, 옆면에서 조명 또는 신호를 제공하기 위한 용도로 장착되는 장치를 의미한다. 최근 광원(전구, LED)의 발전은 자동차 디자인의 획기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전조등, 브레이크등 등 여러 종류의 등화장치는 도로 주행에 있어 운전자들의 안전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화물차의 경우 먼 곳에 있는 목적물을 찾거나 밝히기 위한 작업등이나, 전장이 긴 차량의 뒷바퀴 부분에 설치해 사고를 방지하는 뒷바퀴등이 존재한다.

주로 승용차, 오토바이, 화물차와 버스 등에 장착되는 등화장치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등화장치의 밝기와 색상 등이 현 규정에 어긋나는 경우 다른 운전자에게 심각한 시각적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의 모든 등의 높이, 위치, 밝기에 관한 규정은 도로 위 다른 차들의 안전을 고려해 책정된다”며 “개인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불법으로 제품을 구매해 장착하면 규정이 다 틀어져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법 등화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등의 높이, 위치, 밝기 등을 조정해 규정에 어긋나면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으로 적발돼 동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등화장치를 정확한 위치에 설치하면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사진제공=에스라이팅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등화장치를 정확한 위치에 설치하면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사진제공=에스라이팅

접근성 쉬워진 불법 등화장치, 단속 시스템 미비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최근 개인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과 편리한 해외 직구 등의 이유로 불법 등화장치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지며 그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불법 등화장치의 적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안전기준 위반 적발 건수는 2019년 1만3418건으로 시작해 2020년 1만6019건, 2021년 1만5307건, 2022년 2만4048건, 2023년 3만8090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불법 등화장치 사용·개조·변경 등을 포함한 불법 개조 역시 2019년 861건, 2020년 1719건, 2021년 1929건, 2022년 3362건, 2023년 4352건으로 이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자동차 불법 개조 적발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불법 등화장치를 포함한 불법 개조의 경우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래픽=환경일보DB, 자료=국토교통부자동차 불법 개조 적발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불법 등화장치를 포함한 불법 개조의 경우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래픽=환경일보DB, 자료=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증가하는 이유로 정품에 비해 싼 가격과 직구 사이트 등 불법 등화장치에 대한 접근이 쉬워진 점을 지적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최근 불법 등화장치는 직구 사이트 등을 이용하면 쉽고 인증받은 제품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으며, 혼자 설치하기도 간편하다. 그러나, 불법 등화장치는 야간 주행 시 차량 식별 불가와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유발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며 방치하면 더 큰 교통사고로 이어지거나 사고율 자체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아직도 직구 등 온라인을 통한 불법 등화장치 판매가 성행하고 있으며 이를 단속하는 시스템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이제는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환경·생태계까지 위협하는 불법 등화장치

불법 등화장치를 장착한 차량의 전조등은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정도로 불빛이 넓게 퍼진다. 필요 이상으로 밝은 빛은 빛 공해와 에너지 낭비를 유발한다. /자료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불법 등화장치를 장착한 차량의 전조등은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정도로 불빛이 넓게 퍼진다. 필요 이상으로 밝은 빛은 빛 공해와 에너지 낭비를 유발한다. /자료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

나아가 불법 등화장치는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과도한 조명의 사용은 빛 공해(light pollution)를 일으켜 야생 동물의 생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빛 공해란 자연으로 방출되는 과도하고 방향이 잘못된 인공조명들을 말한다. 지나치게 밝은 등화장치는 야생 동물의 자연스러운 활동 패턴을 방해하며, 번식과 이동에 큰 영향을 미쳐 결국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기준치보다 더 밝게 설계된 장치는 더 많은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 낮은 품질의 불법 등화장치는 에너지 효율이 낮아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유발하고, 고출력을 위해 과도한 전력을 소비해 에너지 자원을 낭비하며 수명도 짧아 환경에 해로운 폐기물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강력한 법적 규제와 사용자 인식 전환 필요

과거 불법으로 유행했던 HID(High Intensity Discharge) 헤드램프 전조등의 경우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와 경찰청이 함께 단속을 강화해 해당 제품 장착 적발 시 처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한 탓에 현재는 불법 행위가 거의 사라졌다.

이러한 선례가 있어서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불법 등화장치에 대한 규제는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HID 헤드램프 때와 같이 불법 등화장치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강력한 법적 규제와 이를 실효성 있게 집행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등화장치의 개조, 착색, 손상 등의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29조 위반으로 원상복구명령 및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법 등화장치 장착에 대한 처벌은 여기에 속한다. 과거 HID 헤드램프 전조등 처벌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불법 등화장치 사용은 단순한 개인의 법 위반 행위를 넘어, 많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떠오르는 불법 등화장치는 이제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야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가 고속도로순찰대와 합동으로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뒷바퀴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가 고속도로순찰대와 합동으로 고속도로에서 화물차 뒷바퀴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교통안전공단

합법적 등화장치 사용 등 캠페인, 단속 병행해야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지난 6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상반기 불법 자동차 합동 단속을 나섰다”며 “앞으로도 합동 단속을 지속해서 추진해 자동차 운행 질서 확립에 앞장설 것이며, 시민 여러분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불법 등화장치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건 운전자 개개인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며, 이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불법 등화장치의 위험성을 알리고 합법적인 등화장치 사용을 유도하는 캠페인도 효과적일 수 있다. 이제는 법적 규제와 단속 강화, 운전자들의 인식 변화 등을 통해 불법 등화장치를 퇴출하고 교통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