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대상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대상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부산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1,500원 아이스크림 사건'과 관련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수사와 사법 절차가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대상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7월 14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대 중증 발달장애인 두 명은 올해 4월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먹고 계산하지 않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부모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편의점 점주에게 사과를 하며 10만 원을 배상했고, 점주 또한 사정을 이해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두 사람이 함께 행동했다는 이유로 형법상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부모연대는 경찰과 검찰의 결정에 대해 사건 당시 당사자들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피해 금액도 극히 소액이었음에도 특수절도 혐의가 적용된 것은 과도한 법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의 기소유예 역시 혐의 자체를 유지한 처분인 만큼 공권력 행사에 따른 피해가 해소된 것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특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법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행법에는 장애인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 사법경찰관 제도와 진술 조력인 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해당 사건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경미한 사건을 형사처벌 대신 훈방이나 계도 중심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역시 특수절도 혐의 적용으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대상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촉구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전국장애인부모연대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대상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촉구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특수절도라고 하는 범죄는 두 명 이상이 공모해서 절도하는 것이 특수절도라고 한다. 그런데 한 명은 말도 잘 못 할 정도로 인지가 부족하다. 이 발달장애인 두 명이 1,500원 아이스크림을 훔쳐 나누어 먹었다고 경찰은 이를 특수절도라고 한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부산 경찰에 강력히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심지어 경찰 조사 중 두 명 중 한 명은 조력인도, 전담 조사관도 없이 조사받았다고 한다. 인지가 부족한 이들이 공모를 하고 절도를 했겠는가. 사회적 약자에게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대한민국 공권력의 합당한 조치인가. 경찰이 사과하고 자성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외쳤다.

이번 사건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아버지 황인국 씨는 “지난 6월 말 한마디 못 하는 영유아 수준의 장애인 두 명이 아이스크림 1,500원 짜리 한 개를 나눠 먹었다. 이들은 초범이며 피해 금액이 소액일 뿐 아니라 이를 전액 변상하고 합의까지 마친 사안이다. 이러한 정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경찰이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것은 가혹하며 억울한 처사다. 아이스크림 1개에 수사권을 휘두른 경찰의 직권남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약자를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도리어 세상에서 가장 무력하고 순진한 아들의 목을 죄고 있다. 상식도, 인간성도 내팽개친 채 실적과 권력 남용에 눈이 먼 경찰의 작태에 우리 부모들의 피눈물은 분노로 변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강력히 요구한다. 중증장애인을 범죄자로 몰아세운 부산경찰서 담당 수사관의 짜맞추기식 표적 수사와 직권남용에 대해 경찰은 법적 책임을 져라.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들은 ▲사건 책임자 엄중 문책 및 공식 사과 촉구 ▲경찰 ‘경미범죄심사위원회’ 대상 조건 대폭 완화 ▲전 경찰관 대상 ‘발달장애인 이해 대면 교육’ 의무화 ▲법에 명시된 ‘전담 사법경찰관 제도’ 실질화 등 대응 체계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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