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인 7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뇌성마비 장애인 실태조사'(2025)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6.6%가 뇌성마비를 발달장애인법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뇌성마비 장애인을 발달장애인법의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뇌성마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6%가 제도 편입에 찬성했으며, 전문가와 당사자들은 현행 장애유형 중심 지원체계가 실제 지원 필요를 반영하지 못해 각종 서비스에서 소외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뇌성마비 장애인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결과보고회'에서는 뇌성마비 장애인 지원방안으로 건강 및 의료·일상생활·돌봄·경제활동·자립생활 등 지원정책과 더불어 뇌성마비 장애인의 발달장애 범주 포함에 관한 방안이 논의됐다.
뇌성마비 장애인 7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6.6%가 뇌성마비를 발달장애인법의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76.6% ‘뇌성마비, 발달장애인법 범주 포함 바람직하다’ 응답
이러한 결과는 정책 부재와 서비스로부터의 소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주대학교 재활학과 최복천 교수는 “2000년 이전까지 뇌병변장애는 지체장애로 포함됐고 이후 장애범주 확대를 통해 독립된 장애유형으로 분리됐지만, 지체장애와 유사하거나 하위 유형으로 간주돼 중증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특별한 정책적, 제도적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제정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뇌성마비를 위시한 일부 뇌병변장애가 포함될 여지를 남겨두었으나 현재까지 이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 주간활동·방과후, 긴급돌봄, 통합돌봄서비스, 직업적응훈련시설 등 최근 확대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중복·중증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 내용이 부재해 실제적인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최복천 교수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권리 및 복지지원방안 연구’(2014)에는 발달장애인법의 발달장애인 재정의 안으로 ▲발달지연(지체)과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뇌병변 장애인만 인정하는 방안 ▲발달지연과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명시해 포함시키는 방안 ▲발달지연과 연령제한을 두어 일부 뇌병변 장애인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발달장애 재정의안.ⓒ한국뇌성마비복지회“특정 장애유형 보다 개인의 삶과 실제 필요를 함께 고려해 지원해야”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시내 정책위원은 “이 논의를 뇌성마비를 발달장애 범주에 포함할 것인 가의 충분하지 않다. 현장에서는 필요한 지원이 있음에도 현행기준에 맞지 않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같은 뇌성마비 장애인이라도 필요한 지원은 서로 다르며 장애 유형이 다르더라도 비슷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현재의 지원체계는 여전히 장애 유형 대상을 구분하고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구조에서는 특정 장애유형을 새로운 지원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비슷한 요구가 다른 장애유형에서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특정 장애유형의 요구가 많아서라기보다 지원을 결정하는 기준이 장애인의 삶과 실제 지원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특정 장애유형을 새로운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인가가 아니라 장애인의 삶과 실제 지원 필요를 어떠한 기준으로 반영할 것인가이다. 앞으로의 지원체계는 장애유형과 함께 개인의 삶의 조건과 실제 지원 필요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뇌성마비 장애인 가족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박미순 이사는 “뇌성마비는 발달기에 발생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장애이며 대부분 중복장애를 동반해 일상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는 뇌졸중, 외상성뇌손상과 동일한 뇌병변장애로 묶여있어 그 결과 많은 뇌성마비 장애인이 제도의 문턱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목할 점은 이번 뇌성마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 76.6%가 발달장애 범주 포함에 찬성했다는 결과다. 이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현재 장애 범주를 재검토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현장의 증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피력했다.
“발달기에 장애를 가지면 발달장애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논의와 관련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정책위원은 에이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로 정의되고 있다. 반면 외국의 발달장애는 개념이 달라 발달기·성장기에 장애를 가지면 시각장애도 발달장애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뇌성마비 장애를 발달장애인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는 장애유형을 발달장애인 개념에 넣을 것인지, 발달장애인 개념에는 넣지 않지만 서비스를 확대 적용해 뇌성마비 장애인도 발달장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인지가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다만 전자의 경우 학계 반발이 있을 수 있고 후자는 서비스 혜택만을 보려고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받을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외국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지적·자폐성 장애뿐 아니라 발달기에 장애를 가지면 발달장애로 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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